[취재수첩] '표절 논란' 자초한 게임 업계

입력 2023-04-14 17:41   수정 2023-04-15 00:39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저작권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오는 27일 나오는 신작 ‘나이트크로우’와 관련한 질문에도 “저작권 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베꼈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신작의 특징과 강점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던 이전 간담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장 대표가 저작권을 강조한 배경엔 엔씨소프트의 소송전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그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업체가 게임 ‘아키에이지 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사 게임인 ‘리니지2M’의 핵심 콘텐츠뿐 아니라 고유의 게임 시스템, 화면 구성 등을 다수 모방했다”는 게 고소 이유다.

업계에선 이번 소송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엔씨소프트가 1990년대 후반 게임 ‘리니지’로 대박을 내자 여러 업체가 이와 비슷한 게임을 줄줄이 내놨다. 업계에선 리니지처럼 중세풍의 공성전 요소를 포함하고 현금 투자로 캐릭터 성장을 촉진하는 게임을 ‘리니지 라이크(like)’로 부르기까지 했다. 기존 성공작과 유사한 ‘붕어빵 게임’을 찍어내는 건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 전략으로 용인되다시피 했다.

낮은 저작권 인식은 부메랑이 돼 게임업계를 괴롭혔다. 2019년 대법원은 영국 게임사 킹닷컴이 “한국 게임사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포레스트 매니아’ 제작 과정에서 자사 게임인 ‘팜 히어로즈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해외 업체도 국내 히트작과 비슷한 게임을 서슴지 않고 내놨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이 지난해 1월 싱가포르 게임 업체 가레나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가레나는 BTS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서비스를 이어갔다.

지난달 중국이 한국 게임 5종에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내주면서 게임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게임산업이 이미 성숙한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독창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이전과 같은 ‘게임 한류’는 기대할 수 없다.

이번 소송전은 게임 저작권의 경계를 확인해 한국 게임의 다양화를 장려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게임업계가 붕어빵 게임을 찍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그래야 ‘K게임’이 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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